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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잘하면 일본취업이 잘된다?

얼마전 상담 메일 중에 토익, 토플에 관한 상담이 있었다.

“일본어는 초급이지만 토익 830점인데 일본에서 대기업에 취직하는데 큰 문제는 없겠죠?”
“토익 900점인데 일본의 외자계 취업이 가능한가요?” 라는 질문이었다.
나는 이 메일을 받았을 때 솔직히 “아니 영어를 잘한다면서 왜 미국이 아니고 일본에 취업하려 하지?” 라고 생각했다.
일본 취직에 토익 토플 점수는 과연 필요한가를 생각해 봤다.

지금의 한국

지금의 한국

몇달 전에 한국에서 편의점 알바를 뽑는데 토익 성적으로 짤렸다는 말을 듣고 한참을 웃었다.
이제 한국은 편의점 알바도 토익 고득점이 필요한 나라가 되었구나 라고 말이다.
그런데 왜 편의점 알바 뽑는데 토익 고득점이 필요했을까?

의외로 이에 대한 답은 간단한다.
일자리가 적어서 실업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취업을 원하는 사람은 많은데 일자리는 적다 보니 이왕이면 더 우수한 인재를 뽑기 위해 더 높은 기준이 필요했을 것이다.

한국은 지금 반(反)기업 정책 폭력 노조의 고질적인 파업으로 인해서 취업난은 앞으로 더욱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의 해외 탈출이 늘어나고 있어서 더욱 일자리 구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해외로 진출한 기업은 해외 거점이 정상 괘도에 오르면 당연히 국내 공장이나 사무소를 폐쇄할 테니 일자리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25년전의 한국

25년전의 한국

25년전에 내가 취업하던 때는 한국의 대기업들이 세계로 진출하기 시작하던 시기였다.
25년전의 삼성 엘지 대우의 위상은 지금의 중국의 샤오미나 오퍼 등의 기업과 비슷했다.
당시만해도 한국기업은 품질은 그저 그렇지만 값싸고 디자인도 괜찮은 제품을 파는 아시아 기업이란 이미지였다.

비록 일본제품을 카피한 상품이었지만 값싸고 애프터서비스 좋은 한국 제품들은 불티나게 팔렸고 한국 기업들은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대기업이 성장하면 이들 기업에 연결된 중소기업들도 동반 성장하게 되어서 이 때 한국은 정말 일자리가 넘쳐났다.

당시에는 지잡대 졸업자도 성적이 우수하면 대기업에 들어갔다.
나같은 사람도 대기업 전산실에 입사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당시에 나는 네 군데서 특별전형 원서를 받았다.
특별전형이란 입사시험이나 테스트 없이 그냥 면접 한번으로 채용을 결정하는 방식인데 대부분은 성적 우수자에게 부여되었다.

그렇게 25년전의 한국은 모두가 열심히 일하면 행복해질 거라고 믿던 시기였다.
그때는 부자를 시기하거나 미워하지도 않았고, 기업의 사장을 적으로 생각하지도 않았다.
모두가 같이 잘 사는 나라였다.

지금의 일본

지금의 일본

아베 총리의 엔저 정책과 경제 부양정책으로 이미 몇 년 전부터 일본은 완전고용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관광, 숙박, 요식업 등의 일부 업종은 참담할 정도로 고용상태가 악화되고 있지만, 이들 업종을 제외하면 취업률은 작년대비 소폭으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래도 대학 졸업자 한 명당 선택할 수 있는 기업수가 1.2배를 넘고 있다.

대학졸업 예정자의 내정률(内定率: 졸업 전 취업확정율)도 코로나가 확산되던 4월부터 많이 줄어들었지만 작년의 비율로 점점 회복되는 추세로 10월 시점에서 대학 졸업예정자의 88.7%가 이미 내정을 받았다고 한다.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아직도 일을 하고싶다는 사람보다 일자리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매년 외국에서 기술자들을 수입하겠는가?
물론 그 덕분에 우리와 같은 외국인도 일할 수 있으니 외국인에게는 반가운 일이다.

그러다 보니 일본 기업들은 토익 성적 뭐 이런 걸 따질 형편이 되지 않는다.
그런 것 따졌다간 아무도 그런 기업에 지원하려 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양질의 일자리가 워낙 많다 보니 이젠 편의점 알바조차 하지 않으려고 한다.
요즈음 편의점에 외국인 점원이 많은 것이 바로 이런 이유다.

왜 영어를 공부하는가?

왜 영어를 공부하는가

일본의 대학생 중에도 영어 회화 학원을 다니거나 유학하는 학생들도 물론 많다. 그러나 한국과 비교했을 때 인구대비로 보면 아주 적은 편이다.
외국어를 배우는 일본 학생들은 분명한 이유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3년전에 내가 한 일본의 대학에서 영어 수업을 들었을 때 그 학생들에게 왜 영어 회화 수업을 듣느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해외 취업이나 해외 이주를 계획하고 있거나 외국계 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거나 외국과 거래가 많은 기관이나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서 등의 분명한 목표가 있었다.
그런 곳은 외국어를 할 줄 알면 취업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높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에 취직하려는 학생들은 굳이 귀중한 시간을 내면서까지 영어를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
당연한 말이지만 일본은 일상 생활에서 영어를 사용할 일도 거의 없다.
따라서 영어를 할 줄 알던 사람도 일본에 와서 특별히 노력하지않으면 그나마 알고 있던 영어도 잊어버리기 쉽다.

한국인이 봤을 때 일본인은 토익 점수도 형편없어서 학업수준이 너무 낮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일본인이 한국인을 봤을 때는
“영어를 써먹을 것도 아니면서 왜 저런 짓을 하지?” 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일본은 일자리가 충분히 많기 때문에 경쟁을 위해 불필요한 공부를 할 필요가 없다.
그 시간에 일본 청년들은 자신에게 정말로 필요한 일이나 하고 싶은 일을 한다.
만일 일본도 한국처럼 일자리가 부족해서 경쟁하지않으면 안되는 각박한 사회가 된다면 일본도 똑같이 토익도 보고 각종 자격증도 따려고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외자계도 일본어가 필수다

외자계도 일본어가 필수다

토익 점수가 높다고 해서 일본의 외자계 회사에 입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일본의 외자계 기업에 들어가려면 기본적으로 비즈니스 일본어가 되야 한다.
아무리 영어를 잘한다고 해도 일본어가 되지 않으면 외자계 회사도 당연히 어렵다.
일본어가 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영어만으로 입사했다면 필시 그 회사는 영어가 공용어인 특수한 회사일 것이다.

따라서 일본에서 토익 점수는 서류심사나 면접에서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이력서에 토익 점수를 기술하는 것이 좋지만 그것이 서류심사의 합격여부를 결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회사에서 업무상 꼭 영어가 필요하다면 전문 통역관을 쓰지 영어 몇 마디 하는 당신을 쓸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여러분들이 일본 기업에 취직해서 자신의 의견을 일본어로 충분히 표현할 수 있을 정도가 된다면, 그리고 그때 외자계 회사로 이직하고 싶다면 그때는 토익이나 영어회화 능력이 꽤 많은 점수를 받게 될 것이다.

영어가 필요 없을까?

Photo by Ivan Shilov on unsplash

나는 일본에서 일하면서도 영어공부는 계속할 것을 권장한다.
특히 영어 회화는 꼭 일상회화가 가능한 수준을 만들어 놓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가까운 미래에 근무환경도 좋고 연봉도 높은 외자계 회사에 입사할 기회가 올 수 있을지 모르니까 말이다.

미래의 일은 아무도 모른다.
혹시라도 영어가 가능하다면 영어권 국가에 훨씬 좋은 조건으로 스카웃될 수도 있다.
일본에서 이미 외국생활을 경험했다면 다른 나라에서도 어렵지 않게 생활할 수 있을 테니 두려움도 덜 할 것이다.

최소한 영어 회화만큼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 생각하고 계속하기를 권장한다.
물론, 일본어 회화 못하는 분들은 먼저 일본어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

This Post Has 2 Comments

  1. 메르헨

    안녕하세요 로티님 항상 유튜브에서 재밌게 보고 있는데 일본토익 관련글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들어오게 됐네요

    사실 일본취업과 관련은 없지만 일상생활에서 취미생활(게임및 자바프로그래밍 등등)에서 영어로 정보를 검색할때

    한글과 다르게 얻을 수 있는 양질의 정보량이 꽤 차이가 있더군요 아마 로티님도 그런 경험이 다수 있으실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아무튼 영어실력은 취업에 관계없이 다다익선!! 입니다~ 여러분 열심히 영어 공부합시다!

    1. AzeChan

      구독자님이셨군요!
      물론이죠! 어쩌니해도 영어는 알아두면 좋지 나쁠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블로그까지 방문해 주셔서 캄사합니다! ^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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