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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취업 22년을 돌아보다 #15

채널의 정체성이 바뀌다

일본취업 22년을 돌아보다

원래 프로젝트 개발에 관한 노하우를 전달하는 유튜브 채널을 만들려고 했었다. 그런데 일본 취업에 관한 영상을 몇개 올리자 생각보다 많은 조회수와 문의 메일을 받았다. 내가 생각하던 것보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일본 취업을 희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이왕이면 일본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나와 같은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도록 내 경험을 영상으로 만들어보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나는 취업관련 업계에서 일해본 적이 없었기에 이와 관련된 전문적인 지식은 전무한 상태였다.
그렇다고 남들처럼 대충 인터넷을 검색해서 “카더라”라는 투의 무책임한 정보를 알리기는 싫었다.

결국 자료 수집을 위해 일본 외부성을 찾기도 하고, 일본 노동법을 보기도 하고, 출입국관리 법령도 찾아보게 되었다.
회사 평판을 묻는 메일도 많이 와서 일본의 꽤 유명한 회사 평판 사이트에 몇 군데 가입해서 실제로 도움될 수 있는 정보를 찾아다녔다.

그런데 평판 사이트에 가입하자 내 경력을 토대로 그 때부터 엄청난 양의 구인정보 메일이 날라왔다. 거의 스팸메일 수준이었다.
사실 난 앞으로 IT관련 일을 하지 않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 분야로부터 엄청난 구인 메일과 스카웃 제의가 하루도 쉬지 않고 날라왔다.

그 중에 한 벤처기업은 정말 꾸준하게 연락을 해왔다.
하도 정성스럽게 메일을 써 보내주어서 정중하게 지금은 일할 예정이 없다고 답장을 보냈는데도 불구하고 어떻게 안되겠냐는 메일이 다시 왔다. 결국 이 벤처기업으로부터 무려 16통이나 메일을 받았다.
그 벤처기업 사장의 정성에 감동했지만 대기업에서만 일해온 내게 벤처기업과 같은 소규모 기업에는 흥미가 없었기 때문에 그후 오는 메일은 무시해 버렸다.

취업활동을 시작하다

취업활동을 시작하다

그러다가 문득, 50세을 넘은 외국인인 내가 취업을 한다고 했을 때 과연 받아줄 대기업이 있을까 라는 호기심이 발동했다. 나는 면접관으로의 경험은 비교적 많은 편이다. 그리고 면접관의 관점에서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자주 하는 실수에 대해서 안타까운 마음에 영상도 만들어 올렸다.
그런데 과연 그런 방법이 현실적으로 활용가능한 것일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면접관이 아닌 취업지원자 입장에서 볼 때 과연 어렵지 않은 방법일까 라는 궁금증도 더했다.

결국, 나는 기준을 높게 잡고 오십이 넘은 나이에 취업을 위한 도전을 하기로 결심했다.
나의 기준은 이랬다.
첫째, 대상기업은 외국계 기업이나 대기업일 것.
둘째, 해외 파견 기회가 가능한 기업일 것.
셋째, 영어를 써먹을 수 있는 기업일 것
물론 연봉 기준도 정했지만 자세한 것은 밝힐 수 없다. 그냥 중소기업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액수로 1억이상이라고만 해 두겠다.

나는 정식으로 취업 지원 사이트의 양식에 맞게 이력서와 경력서를 등록했다.
얼마안있어 접수 담당자로부터 이런 저런 부분을 고쳐 달라는 연락이 와서 몇 번을 수정하게 되었는데 접수담당자의 요구에 맞추어서 이력서와 경력서를 완성하기까지 약 3주가 걸렸다.

모든 서류 작성이 끝나자 바로 내 담당 에이전트가 정해졌다.
그리고 다음날 에이전트로부터 전화 연락이 왔다.
에이전트와는 취업 이유와 지금까지의 경력에 관한 내용, 연봉, 인생관 등에 대해서 대략 30분정도 대화를 나누었다.

다음날부터 바로 담당 에이전트로부터 20여통의 비공개된 채용정보 메일이 받았다.
그런데 채용정보의 거의 대부분이 내 생각보다 작은 규모의 중소 기업이었다.
나는 에이전트에게 왜 내 기준에 미달되는 채용정보를 보내느냐고 했더니 혹시라도 관심있는 기업일 수도 있을 것 같아 보냈다고 했다. 게다가 면접은 많이 해봐야 늘기 때문에 많이 보냈다는 것이었다.

에이전트의 설득에 못 이겨서 결국 그 중에서 그래도 괜찮았던 일본의 한 중견 SI 업체의 면접을 보기로 했다.
에이전트는 곧바로 내가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면접일정을 잡아주었다.

중규모 SI 기업과의 면접

중규모 SI 기업과의 면접

그 IT 기업은 아키하바라의 유명 IT업체들이 몰려 있는 커다란 빌딩에 입주해 있었는데 들어가는 그 빌딩의 입구 근처에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카페와 난간에는 노트북을 사이에 두고 젊은 일본인과 외국인들이 뭔가를 열심히 토론하는 이들도 있었고 헤드폰을 끼고 카페에서 프로그램을 짜는 젊은이들도 있었는데 너무나 자유롭고 활기차게 보였다.
지금까지 보안이 철저한 대기업 개발실에서 정장차림으로 일한 내 모습과 비교해서 이렇게 자유로워 보이는 삶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회사는 면접에 앞서 적성검사를 했다.
인사담당자는 고급 경력자는 적성검사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으나 회사 채용 절차상 하는 것이니 부담 갖지 말라고 귀띔을 주었다.

1시간동안 적성검사를 끝마치고 본격적인 면접을 보게 되었다.
인사담당자는 회사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우리 회사가 엄청 좋으니 안 들어오면 손해라는 투의 사탕발림을 한 30분정도 들은 것 같았다.

인사담당자는 마지막으로 연봉에 대해서 언급했는데 요즘 1억이 넘는 연봉자는 회사의 부담이 크다는 것이었다.
고액 연봉을 주고 채용했는데 고액 연봉자가 회사에 적응을 못한다거나 기대 이하의 능력을 보였을 경우에 회사는 해고하지도 못하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 많은 부담이 된다고 했다. 따라서 내가 에이전트에게 제시했던 연봉을 1억 이하로 낮추면 어떻겠냐는 것이었다.
난 그냥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겠다고 말하고 회사를 나왔다.

나는 “아니 연봉을 못 맞추면 싼 사람을 쓸 것이지 왜 비싼 사람을 불러서 시간을 뺏고 그러는 거야!”라고 속으로 투덜거리며 아키하바라 역으로 향했다.
그날 저녁 담당 에이전트로부터 1차 면접 합격 연락을 받았다며 이 회사는 2차면접만으로 채용을 결정한다고 축하한다는 연락이 왔다.

어차피 이 회사는 입사를 목적으로 면접을 본 것도 아닌 데다 제시한 연봉을 깎는 다는 것에 이미 더이상의 면접을 볼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2차 면접을 포기하겠다고 에이전트에게 연락했다.
아울러 앞으로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의 채용정보는 절대로 보내지 말라고 당부했다.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다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다

그리고나서 일주일이 흐른 어느 날이었다.
내 담당자가 아닌 다른 에이전트로부터 전화가 왔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는 담담 에이전트의 직장 상사였다.
한달후에 모 외자계 기업에서 프로젝트 리더급의 비공개 채용이 있을 예정인데 그때까지 기다려 줄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당장 급하게 취업을 원하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이 회사는 대기업 답게 면접은 4차면접까지 있었다.
면접이 끝나면 약 2주후에 다음 면접이 진행되어서 4차 면접까지 보는데 약 2달이 걸리게 되는 셈이다.
대기업 비공개 채용인 만큼 실력이 쟁쟁한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었을 테니 그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것도 이해는 됐다.

에이전트는 외자계 회사이기 때문에 영문 이력서도 작성해 달라고 해서 추가로 영문이력서도 만들었다.
한달이 지나서 정식으로 채용정보 메일이 도착했다.
그때서야 베일에 쌓였던 이 외자계 기업을 알 수 있었는데 이 회사는 세계 5위안에 드는 글로벌 SI 회사로 상당히 큰 규모의 컨설턴트 기업이었다.
연봉도 내가 제시한 연봉 기준에 맞았고 외자계라서 해외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올지도 모른다는 기대감도 들었다.

물론 나이 50이 넘은 한국의 지잡대 출신의 외국인을 이런 대기업에서 채용할리가 만무했기때문에 99%는 면접 중에 떨어질 것이라고 여기고 경험을 쌓는다는 생각으로 편한 마음으로 면접에 응하기로 했다.

Photo by Steve Halama on Unsplash

첫 1차면접날까지는 내 경력사항을 중심으로 몇 가지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을 만들어서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몇 번이고 연습해 두었다.

회사는 도쿄타워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는데 저녁에는 도쿄타워의 오렌지 불빛과 회사 건물이 묘한 조화를 이루는 운치 있고 조용한 곳에 위치한 회사였다.
나는 15분정도 미리 도착해서 회사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다시한번 옷 매무새를 가다듬은 다음 심호흡을 크게 한번하고 1층의 안내 데스크로 향했다.

1차면접에서 면접관은 1명이였다. 50대 중반의 인자한 인상을 풍기는 사람이었다.
어느 면접이나 처음엔 간단한 인사를 하고 자기 소개를 하게 된다.
특이한 점은 이전의 일본회사도 그랬는데 군 입대 경력에 대해 역시 많은 관심을 보였다.
군대는 엄격한 단체생활을 하는 곳인만큼 회사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았다.

면접관은 경력서를 보면서 어떠한 일을 담담했는지 물어보았는데 특히 20년전에 참가했던 일본의 대형 생명보험 회사의 프로젝트에 대해서 상당히 흥미를 가졌다.
당시에 내 역할에 대해서도 아주 자세하게 물어보았다.

프로젝트 중에 힘들었던 점과 보람 있었던 점, 그리고 팀내에서 의견 조율이 필요할 때 어떻게 해결했는가에 대해서 물어보았고 나는 내 경험을 토대로 약3분 ~ 5분정도로 면접관이 지루하지않도록 답변했다.

그런데 면접관이 대뜸 “혹시 키쿠치(菊池)상을 아시나요?”라고 물었다.
“키쿠치(菊池)상요? 알지요? 에? 아니 키쿠치(菊池)상은 어떻게 아시는지요?”
나는 갑작스런 질문에 적지않이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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