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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취업 22년을 돌아보다 #3 – 상편

이 글은 2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집 구하기에 도전하다

일본취업 22년을 돌아보다

나는 통역담당인 K씨에게 집을 보러가는데 같이 가서 통역을 해줄수 없느냐고 부탁을 했다.
K는 “아니 집을 보러가다니? 여기가 싫어?”
라고 조금 놀란 듯이 물었다.
나는 싫은것은 아니지만 일본어를 공부하려면 혼자 독립해서 사는 편이 더 나을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혼자 살던터라 다른 사람들과 그것도 5명이 함께 숙식을 하는게 조금 불편하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러자 K씨는,
“내가 통역을 해주는데 일본어를 배울 필요가 뭐있어. 정 나가고 싶으면 니가 알아서 해라. 난 바쁜몸이다.”
라고 단칼에 거절해 버렸다.
뭐 결국 혼자의 힘으로 집을 알아볼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무모한 행동이였다.
1998년의 그때는 유튜브는 커녕 인터넷도 정말 극소수의 사람만이 사용하던 시절이였다.
블로그란 개념도 없었고 회사 홈페이지도 대기업이나 있었지 중소기업은 대부분 홈페이지를 가지고 있지않던 시절이였다.
따라서 당연히 정보를 찾을수 없으니 일단 몸으로 부딧쳐 보는 수밖에 없었다.
일본에 온지 3개월짜리가 뭘 알겠는가.

몸으로 부딧쳐 보는 수밖에 없었다.
토요일 아침 시부야에 도착했다.
회사가 시부야역 근처여서 바로 옆인 에비스역에서 내려서 제일 먼저 눈에 띤 역근처의 조그만 부동산 업체를 찾아갔다.

그렇게 어려운 일인지 난 몰라도 너무 몰랐다

그렇게 어려운 일인지 난 몰라도 너무 몰랐다

업소 문을 열고 부동산 소개원을 보며 서툴지만 그래도 열심히 연습한 일본어로
“部屋を探しに来ました。”
(방을 찾는데요.)
라고 자신있게 말하며 들어갔다.
부동산 직원은 “중국인? NO!” 라고 말했다.
나는 약간 당황했지만 이내 침착하게 일본어로 “나는 한국인입니다.” 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는
“우리는 외국인에게 소개할 방이 없어요”
라고 내가 자리에 앉기도 전에 거절했다.
그 후로도 몇마디 말을 주고받았는데 다른 건 몰라도 외국인에게 소개할 방이 없다는 것만큼은 분명히 알수 있었다.

조금 당황스럽긴 했지만,
“뭐.. 외국인을 꺼리는 업소인가?”
라고 가볍게 넘기고 근처의 다른 부동산 업체를 찾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두번째 부동산 회사도 외국인이라 거절을 당해버렸다.
에비스는 조금 보수성이 강한 동네인것 같아 에비스 지역은 포기하고 그 다음역인 메구로역으로 가보기로했다.

메구로역에서도 가까운 곳에 부동산 업체가 한군데 눈에 띄었다.
그런데 이 곳 역시 들어가서 몇마디 나누자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바로 바쁘니까 나가라고 했다.
그래서 또 다음역인 고탄다역으로 향했다.
이곳은 역근처에 두군데나 부동산 업체가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토요일 인데도 불구하고 두곳 다 문을 닫았다.

야마노테센의 에비스역에서 시작해서 이렇게 역마다 내려서 근처의 부동산 업체를 찾아보았지만 일본 온지 3달 밖에 안된 내 일본어 능력으로는 제대로 의사 표현을 할 수가 없었다.
더더욱 힘들었던 것은 부동산 회사의 직원이 내가 외국인이란 걸 알면서도 전혀 천천히 말하지도 않고 그냥 일본 사람 대하듯이 빠르게 말을 해대는 바람에 뭐라하는지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말도 통하지 않는 외국인과 시간낭비를 하느니 자신의 업무를 보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니 당연히 상담을 거절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당시 절박했던 내게는 그런 넓은 생각을 할만한 여유가 없었다.

결국 부동산 업체마다 몇마디 말하지도 못하고 문전박대를 당했다.
그래도 나는
“한군대 정도는 있지않을까?”
라는 희망을 가지고 점심도 굶어가며 역마다 내려서 부동산을 찾아 다녔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우에노역에 도착했다.

하루종일 먹지도 못하고 걸어만 다녔더니 다리도 아파와서 우에노역앞의 페데스트리안뎃키 중앙의 조형물에 앉아서 잠시 쉬었다.
이미 저녁무렵이 되서 하늘은 노랗게 노을이 지고 있었다.
지평선에 걸쳐있는 붉은 태양이 힘 없이 앉아있는 내 얼굴을 노랗게 비쳐주고 있었다.
갑자기 코끗이 찡했다.

하루종일 다녔는데 어느 곳하나 받아주는 부동산 업체가 없었다.
배는 고프고, 다리도 아프고, 말도 안통하고….
집 나오면 고생이라고 아침에는 독립할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가벼운 발걸음으로 나왔는데 이게 뭔가라는 생각도 들었었다.

인연을 만나다

Photo by Nat Weerawong on Unsplash

그렇게 물끄러미 앉아 있는데 우에노역 앞에도 부동산 업체가 한군데 보였다.
“그래! 저 곳만 둘러보고 안되면 포기하자!”
라고 다시 한번 더 기운을 내서 지친 몸을 이끌고 역앞의 조그만 부동산 업체로 향했다.
그 곳엔 딱 한 사람만이 남아있었는데 그 사람도 이미 영업을 마치고 퇴근하려고 가계 앞 간판을 안으로 옮겨놓는 중이었다.
딱~ 봐도 이미 끝난 게임이였다.

“あの。。部屋を探しに来ました。もう遅いですよね。”
(저기.. 방을 구하려고 왔는데요. 너무 늦었지요?)
라고 죽어들어갈 듯한 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러자 그 영업사원은 잠시 저를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일본어로 “외국인 인가요?” 라고 물었다.
뭐 한두번 들은 질문도 아니고 속으로 “역시 그렇군” 이라고 생각하며 돌아갈 준비를 하고
“네” 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 영업사원은 떠듬떠듬 한국어로
“한국인 이므니까?” 라고 말하는 것 아닌가!
난 정말 귀를 의심했다. 잠시 당황을해서 대답을 못하자 그 영업사원은 다시한번 “한국사람 이므니까?” 라고 재차 물었다.
“네 한국인입니다. 한국 사람인걸 어떻게 아세요?” 라고 물었다.
내가 처음 물어본 일본어 발음과 말투가 한국인인 것 같았다고 했다.
그는 잠시 앉으라는 말과 함께 따뜻한 녹차를 가져왔다.

그의 이름은 藤井(후지이)로 영업7년차의 중견사원이였다.
후지이상은 약간의 한국말을 할줄 알았지만 서로 대화가 가능한 수준은 아니었다.
그렇게 우리는 한참동안 종이에 글을 쓰기도 하고, 영어와 한글도 섞어가면서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처음 접하는 부동산 용어를 이해할 수가 없어서 내가 원하는 방에 대해서 충분한 설명을 할수가 없었다.
그러자 후지이상은 잠깐만 기다리라고 하더니 휴대폰을 꺼내서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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