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are currently viewing 일본취업 22년을 돌아보다 #3 – 하편

일본취업 22년을 돌아보다 #3 – 하편

이 글은 2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초짜 외국인이 집구하기는 너무 어렵다

일본취업 22년을 돌아보다

그리고는 몇마디 나눈 후에 내게 전화를 받아보라고 했다.
전화를 받아보니 한국 여성이 후지이상과 제사이에서 통역을 하겠다며 원하는 방의 조건을 알려달라고 했다.
그 여성은 후지이상의 지인였는데 같은 아파트의 반상회에서 서로 알게된 사이라고 했다.
그렇게해서 후지이상과 그 여성분의 도움으로 내가 원하는 방에 대해서 설명을 할수가 있었고 후지이상은 괜찮은 방을 찾으면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하루종일 포기하지않고 찾아다닌 덕분에 일본어도 전혀 안되던 내가 드디어 내 힘으로 방을 얻을수 있는 기회가 왔다.

그런데… 그 기쁨도 잠깐이였다.
후지이상은 보증인은 누가 할 것인지에 대해서 물었다.
“아니 보증인이라뇨? 그게 왜 필요하죠?
나는 일본온지 얼마 되지않아서 아는 일본인이 없는데요.”
라고 그 여성을 통해 설명했다.
후지이상은 조금 심각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한참을 통화하더니 내게 전화를 바꿔주었다.

그리고 그 여성은 내게 일본의 보증인 제도를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
결국 내가 방을 얻을 가능성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지금은 보증 회사 제도가 있어서 보증인이 없는 사람을 대신해서 보증회사에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보증을 서주는 제도가 있지만 22년전에는 그런 회사가 거의 없었다.

후지이상은 포기하지 말라며 보증인을 필요로 하지않는 집도 가끔 나오니까 기다려보라고 당부를 했다.
부동산을 나오니 벌써 저녁 8시가 넘었다.
사실 방을 얻을 수는 없었지만 포기하지 않은 덕에 그래도 나를 적극적으로 도와준 후지이상을 만날수 있었다.
가능성은 아주 희박했지만 후지이상의 말대로 운이 좋으면 보증인이 필요없는 집을 얻을 수 있을수 있을꺼라는 작은 희망을 가지고 지친몸을 이끌고 숙소로 향했다.

뭐 지금 생각해 보면 일본온지 3개월도 안된 보증인도 없고 대화도 안되는 외국인이 방을 빌린다는 것 자체가 무모한 행동이였다고 생각한다.
그나마 운 좋게 후지이상 같은 친절한 일본인 덕에 일본의 부동산 사정과 각종 어려운 용어도 알 수 있었기때문에 고생한 보람은 있었다.
물론 방을 얻는다는 생각은 포기했다.

한통의 전화

Photo by Romain V on Unsplash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금요일 저녁이였다.
갑자기 못보던 전화번호가 제 핸드폰에 찍혔다. 후지이상으로부터의 전화였다.
좋은 방이 나왔는데 같이 보러가지 않겠냐는 것이였다.
다음날 나는 아침일찍 우에노역의 후지이상을 찾아갔다.

그는 처음 만났을 때처럼 웃는 얼굴로 나를 맞이해 주었고 그때처럼 한국인 여성과 전화를 사이에 두고 대화를 할수 있었다.
신축건물의 원룸 아파트였는데 내가 정했던 금액보다 5000엔 더 비싼 6만5000엔인데 마음에 들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아직 보증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집을 계약할 수 없다고 말했는데 후지이상은 일단 보고 맘에 드는지 안드는지 결정한 후에 보증인 문제를 논의하자고 했다.

동경(東京) 카츠시카쿠(葛飾区) 아야세(綾瀬)역에서 약 8분정도 떨어진 신축건물로 2층 아파트의 1층이였는데 전체가 하얀색으로 칠해진 깔끔한 아파트였다.
방은 상글침대 두개를 놓으면 꽉찰 정도의 넓이에 전등도 달려 있었고 욕실겸 화장실, 세탁기와 건조기, 미니 냉장고가 비치되어서 TV만 사면 일단 생활하는데는 지장이 없을 만큼 마음에 꼭 드는 방이였다.

후지이상은 어떠냐고 계속 물었다.
나는 마음에 들지만 보증인이 없다고 말했는데 후지이상은 정말 마음에 드냐고 재차 물었다.
그렇다고 하자 그는 그럼 됐다고 계약을 할테니 입주일을 정하자고 했다.
후지이상은 자신이 직접 보증을 설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나는 정말 꿈인가 했다.

나중에 통역을 해주던 여성을 통해서 자초지정을 들을 수가 있었다.
후지이상이 카나다에 유학을 갔을 때 현지인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자신이 받은 그 감사함을 저를 통해서 갚을 기회가 와서 기뻣다고 했다.

인연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찾아오는 것 같다.
인연란게 참 엉뚱한 것에서부터 이렇게 연결이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후지이상이 보증을 서 주어서 보증인 문제는 해결이 되었지만, 집주인이 일본어로 대화가 안되는 외국인은 들일 수 없다고 해서 후지이상이 집주인을 설득하느라 꽤나 고생을 했다고 한다.

결국 5월초 연휴기간에 나는 달랑 가방 2개만 가지고 요코하마에서 동경23구로 이사할 수 있었다.
드디어 도쿄 거주민이 되었다!

TV와 자전거도 후지이상의 도움으로 중고로 싸게 구입할수 있었고 전기와 수도, 가스 신청도 후지이상의 도움으로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
그리고 당시에 제 한달 생활비의 3분의 1인 거금 3만엔을 주고 침대도 하나 구입했다.

이 사진이 이사한 날 저녁에 후지이상이 사온 요시노야의 규동을 먹으면서 그가 찍어준 포라로이트 사진이다.
이 사진을 볼때마다 세상물정 모르는 무식하지만 포기할줄 모르던 젊은 시절의 그때가 생생하게 떠오른다.
비록 250엔짜리 싸구려 도시락을 먹는 가난한 생활이였지만 친절한 사람들 덕분에 행복한 나날을 보낼수 있었고 지금의 이자리에 서 있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