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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취업 22년을 돌아보다 #7 – 상편

이 글은 2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신바시에 데뷰하다

일본취업 22년을 돌아보다

그날 저녁 우리는 신바시(新橋)로 향했다.
신바시(新橋)는 동경 직장인들의 성지이다.
신바시(新橋)는 주로 수트와 와이셔츠 차림의 직장인이 많이 모이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곳에서 그들은 먹고 마시며 하루의 스트레스를 푼다.

20대의 사회 초년생부터 퇴직을 앞둔 60대 직장인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다.
따라서 뉴스를 포함한 각종 방송 프로에서 직장인을 인터뷰할 때는 대부분 이곳 신바시역 근처에서 촬영한다.
따라서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에 신바시 역근처를 가보면 쉽게 방송 촬영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물론, 직장이이라고 해서 정장이나 와이셔츠만을 입으란 법은 없다. 젊은 ICT 기업은 자유 복장을 택하는 회사도 많다. 그렇지만 신바시(新橋)는 정차차림이나 와이셔츠 차림의 직장인이 모이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정착되어 있다.

그래서 일부 업소의 경우 수트나 와이셔츠 차림이 아니면 아예 들어갈 수 없는 곳도 있다.
업소 주인이나 종업원이 수트나 와이셔츠 차림으로 일하는 업소도 있고, 종업원이나 술집 주인을 부장, 대리 등으로 호칭하는 업소도 있다. 게다가 직장인과 똑같이 토요일과 일요일은 쉬는 업소도 많다.

이 신바시(新橋)는 오래전부터 선배 직장인이 후배 직장인을 데려와서 술을 마시는 문화가 지금까지도 이어져오고 있다,

어쨋든 우리는 신바시역에서 내려서 역근처의 야키토리야(焼き鳥屋:닭꼬치와 같은 닭요리 전문점)에 들어가서 허기진 배를 채웠다.
조그만 닭꼬치 업소였지만 많은 직장인들로 발 디딜틈없이 꽉 차있었다. 업소주인과 종업원 둘이 쉴세 없이 구워대는 닭꼬치 연기로 점포 안은 뿌옇게 안개가 낀 것처럼 보였다.
나는 사실 이 시기에 고기먹는 법을 배우기 시작한터라 웬만큼 맛있지 않으면 평가가 야박한 편이었는데 이 업소는 가격에 비해 맛이 좋았던 걸로 기억한다.

스나크바(スナックバー)를 가다

스나크바(スナックバー)를 가다

그리고나서 우리는 2차로 술을 마시러 나갔다.
신바시(新橋)역에서 한 10분쯤 걸어서 다달은 곳은 4층의 허름한 빌딩 앞이였다.
사카이(酒井)상을 따라 1층의 출입문을 지나 좁은 통로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는데 통로 양쪽으로는 업소의 간판과 출입문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아마도 손님 대여섯명이 들어가면 꽉차는 스나크바(スナックバー) 인 것 같았다.
스나크바(スナックバー)란 단골손님 위주로 장사하는 비교적 작은 술집으로 카운터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술집 주인과 손님이 마주앉아 술을 마신다.
술집주인이 손님의 말상대를 하는데 대체로 대여섯명 정도면 꽉 차는 작은 술집이 일반적이다.
남성 술집 주인은 마스터라 하고 여성 술집 주인은 마마라고도 불린다.
술집주인과 친해지면 호칭대신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런 작은 술집은 대부분 단골 손님 위주로 장사를 하기때문에 손님들도 서로 잘 알고지내는 경우가 많다.
스나크바는 보통 술 한병을 사서 업소에 “키핑”해 놓는 경우가 많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술을 마시는 문화라기보다 술을 즐기는 문화다.
술 한병을 사서 한꺼번에 다 마시는게 아니라 다음에 또 와서 남은 술을 마시게 되는데 이를 위해 남은 술병에 이름을 써서 술집에 보관 해둔다. 이런 행위를 “키~프” 라고 한다.

술을 키프시켜 놓는다는 건 다음에 또 와서 남은 술을 먹겠다는 뜻이므로 단골이 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당연히 단골위주의 장사를 하는 이런 조그만 술집은 술을 키프시켜 두는 손님에게 조금 더 말 상대를 해주거나 조금 더 서비스를 해준다. 물론 술값도 상당히 저렴하게 받는다.
이와는 반대로 술을 한잔씩 따로따로 시키는 손님은 단골이 될 의사가 없다는 뜻이므로 단골손님에 비해 대우가 좋지않은 경우도 있다. 물론 술값도 비싸다.

알본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주인공이 이렇게 조그만 술집 카운터 에 앉아서 술집 주인과 고민상담을 하는 모습을 쉽게 볼수 있다. 그리고 손님들끼리 마치 친한 친구처럼 술집에서 만나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는데 그만큼 일본에서 이런 작은 술집 즉, 스나쿠는 서민적인 술집이란 느낌이 강하다.
일에 지친 직장인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한숨을 돌릴수 있고, 스트레스를 풀수 있는 곳이라서 인기가 많다.
신바시(新橋)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이런 작은 스나쿠가 밀집되 있는 곳이다.

새로운 인연

Photo by Robert Haverly on Unsplash

우리는 1층 통로의 막다른 곳의 “夢”라는 스나쿠 안으로 들어갔다.
업소는 카운터를 중심으로 5명이 앉을 의자가 있었는데 카운터 안에는 상당히 귀티나고 교양있어 보이는 60세가 넘어보이는 기모노를 입은 여성이 우리를 맞이했다.
“あら、いらっしゃい。酒井君、今日は早いわね!”
(어머, 어서와요, 사카이군. 오늘은 일찍왔네요)
라며 반갑게 맞아주다.
※君 : 한국말에서 김군, 박군하는 의미와 비슷하나 일본어는 하대하는 의미보다는 애칭의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인지 손님은 우리 둘 뿐였다.
“이 젊은이가 사카상의 후계자예요? “
라고 마마가 무언가를 아는 눈치로 나와 사카이(酒井)상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
“후계자라뇨?” 갑작스런 후계자란 말에 나는 조금 긴장된 어투로 되물다.

25년전. 사카이(酒井)상은 신입 시절에 회사 선배의 주선으로 처음 이곳을 알게되었는데 그 선배가 정년 퇴직할 때까지 자주 함께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선배가 퇴직 후에는 혼자서 이곳을 오게 되었는데 그로부터 몇년 후 사카이(酒井)상은 같이 올 사람을 찾았다고 말했는데 그게 바로 나였다고 한다.
사카이(酒井)상도 퇴직을 하면 그 뒤를 내가 이어가게 될지도 모르니 후계자라고 한 것이였다.
이렇게 신바시는 정년퇴직을 하면 신바시를 떠나고 또다시 누군가 젊은 직장인이 그 뒤를 이어서 이 신바시(新橋)를 소개받아 오게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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