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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취업 22년을 돌아보다 #13

생각의 전환 1. 일을 고르다

일본취업 22년을 돌아보다

퇴원한 후로 내게는 큰 변화가 일어났다.
지금까지는 돈 버는 재미에 어떤 일도 마다하지않았던 내가 드디어 몸을 사리게 되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건강을 잃는다면 그걸로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퇴원 후 나는 4가지의 목표를 세웠다.

제일 먼저 실행에 옮긴것은 1년이하의 짧은 프로젝트는 더 이상 안 한다는 것이다.
이 글을 보는 어떤 사람들은
“이거이거 배부른 소리하고 있네” 라고 할 수도 있다.

개발 현장에 뛰어들어보면 1년이하, 3개월, 6개월짜리 프레젝트가 차고 넘친다.
그래서 돈을 벌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던지 벌수 있지만, 개발 기간이 짧은 만큼 대부분의 일정이 빡빡하고 개발인원도 소규모로 구성되기때문에 능력없는 설계가 1명, 능력없는 개발자 1명의 영향이 너무 커져버린다.
큰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능력없는 개발자나 설계가가 몇명 있더라도 팀 전체로 커버가 가능한데 소규모 인원으로 구성되는작은 프로젝트는 그렇게 하기 어렵다.

나는 퇴원후 고객사 개발부장을 찾아가서
“이제 1년이하의 프로젝트는 더 이상 맏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1년이상의 신규 프로젝트가 바로 연결이 안될경우에는 잠시 쉬겠습니다.”
라고 말 했다.
“다른 사람에게 맞기면 불안해서 말야. 어떻게 이번 한번만 아제상이 맏으면 안되겠어요?”
라고 고객사 개발부장은 간곡히 부탁했다.

나는
“아이고 부장님 젊은 애들도 키워야지요.
내가 언제까지 이일을 할지도 모르는데 작은 일은 젊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줘서 경험을 쌓게 해야지요. 언젠가 저들도 1년이상 큰 프로젝트를 해야할텐데 오토바이도 못타는 애들에게 트럭을 몰게 할수는 없잖아요.
그리고 저 같은 단가가 비싼 사람을 그런 작은 프로젝트에 투입하는 건 돈 낭비입니다.
문제가 생기면 내가 첵크하고 리뷰할테니까 저들에게도 기회를 주는 방향으로 하시죠.”라며
고객사 개발부장을 설득했다.

생각의 전환 2. 여유를 가지다

여유를 가지다

두번째 목표는 프로젝트가 끝나면 장기 휴가를 떠난다는 것이다.
그날도 업무를 마치고 개발부장과 둘이서 조그만 주점에서 술 한잔하면서 말을 꺼냈다.

“2년에서 4년 이상의 프로젝트를 해보면 정말 짧은 인생 경험을 한 것 같습니다.
처음 만난 개발자들과 하루의 반이상을 함께 지내고 매일 대화하고 같이 밥먹고 같이 놀다보면 프로젝트가 끝나갈 즈음에는 정말 가족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프로젝트가 끝나면 시원섭섭한 마음이 들곤 하죠.
언제나 그렇지만 성공적으로 끝난 프로젝트도 일하다보면 트러블도 생길수 있고 시행착오도 생길 수 있거든요.
그래서 지난 프로젝트를 되세겨보고 잘못된 것을 첵크하고 개선하는 그런 시간이 이제 필요한것 같습니다. “라고
나는 이렇게 길~게 말을 돌려서 개발부장을 설득했다.

“아니~그냥 프로젝트 끝날때마다 쉬겠다고 하면 되지 뭔 말을 그렇게 길~게 하냐!” 라고
할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고객앞에 두고 “내 마음대로 쉴꺼야~”라고 할수는 없은가?
내가 사람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어려웠던 일도 어두웠던 과거 이야기도 밝게 긍정적으로 표현해라!”
“나~ 쉬고 싶을때 쉴래요~”이 말을 “반성하는 시간이 이제 필요하다.” 로 바꿔 말한 것이다.

항상 긴장하면서 그냥 일에만 파묻혀 사는 것보다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내 자신에 대한 축하선물로 잠시동안 휴식을 주고 싶었다.
그 후로 1년정도의 프로젝트가 끝나면 한달 정도 쉬었다. 2년이상의 프로젝트가 끝나면 두달내지 3달정도 쉬었다. 그리고 3년이상의 프로젝트를 끝내면 6개월정도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물론 대형 프로젝트가 끝나면서 다시 대형 프로젝트가 이어진다던지 휴가중에 대형프로젝트가 생기면 어쩔수 없이 다시 일을 해야 했다.
뭐 사실 휴식을 취한다고 해도 내 프리렌서 일을 쉬는 것일 뿐이지 회사일을 쉬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100% 쉰다고 할수는 없었다..

생각의 전환 3. 대표이사를 그만두다

대표이사를 그만두다

퇴원하고 5년후에 세번쨰로 실행한 것이 회사 대표직을 그만두는 것이였다.
난 지금도 그렇지만 개발자가 천직이라고 생각한다.
술김에 회사 한번 차렸다가 내 의사와는 관계없이 회사 대표로서 16년을 살았다.
대기업 사장이라면 영업담당도 있고 인사담당도 있고 기획담당도 있고 모든 분야에 인재들이 있으니 사장은 회사를 이끄는 리더역에만 충실하면 된다.

그러나 직원 15명의 구멍가게 같은 작은 회사에 대표인 나는 사장역할 뿐만 아니라 인사담당 역활도 해야하고 영업담당도 해야하고 고객사에 파견된 직원들에게 트러불이 생기면 그거 메꿔야하고 직원들 불만 다 들어줘야 하고 매출 줄어들까 노심초사해야하고 고객사의 나이든 이사나 전무님들과 술대작도 해야한다.

사실 전 이런 것들이 돈모이는 재미는 있었지만 별로 즐겁지만은 않았다.
그렇지만 일단 시작했으니 15명의 입에 풀칠을 할수 있도록 책임을 져야했기때문에 어쩔수 없이 해왔다고 생각한다.

사실 난 대표이사는 딱~ 5년정도만 하고 창업 멤버에게 대표이사직을 물려주고 개발자로서 일에 전념하고 싶었다. 그래서 창업후 6년이 되던해에 회사 직원과의 회식자리에서 대표이사직을 반납하려 했는데 모든 직원들이 계속 대표직을 해달라는 권유에 못이겨 16년간 이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2016년 겨울. 우리는 이카호 온천으로 사원 여행을 떠났는데 술자리가 무르익을 즈음 나는 다시 한번 건강을 이유로 대표이사직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그 후 1년동안은 새 대표이사와 함께 거래처에 인사를 다니면서 문제가 생기면 함께 해결하면서 내가하던 일과 노하우를 새 대표에게 알려주었다.
물론 대표이사였던 내가 회사 부하직원으로 갈 수는 없었기 때문에 나는 회사를 그만두고 회사와 프리렌서 계약을 맺기로 했다.

이 시기에 가장 곤란했던 것은 새 대표와 함꼐 고객사 임원들과 술한잔을 하다보면 새 대표이사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습관적으로 나를 보며 사장이라고 말해서 당황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대표이사직을 놓고나니 정말 마음이 편했다.
항상 15명의 우리식구들을 책임져야 한다는 중압감에 하고싶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내 잘못도 아닌데 고객앞에서 머리를 숙여야만 했던 일들을 이젠 더이상 하지않아도 된다는 것이 너무나도 홀가분했다.
게다가 이젠 정말 쉬고 싶을뗀 주저없이 쉴수 있다는 게 너무나도 행복했다.

생각의 전환 4. 장기휴가를 떠나다

Photo by Link Hoang on Unsplash

이때 계획했던 또하나가 바로 50살 기념 장기휴가를 떠나는 것이였다.
25년간 열심히 일만한 제게 50살이 되면 2년간의 장기 휴가를 갖고 그동안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해보는 것이 또 하나의 커다란 목표였다.
나는 이미 오래전에 은퇴후의 노후자금을 모아두었던 터였는데 55살이 되면 해외로 은퇴이민을 갈 생각이였다. 그래서 50살이되면 2년동안 장기 휴가를 얻어서 은퇴이민 후보로 생각하고 있는 몇개의 나라에서 각 나라별로 한달 내지 두달정도 직접 생활해 보고 은퇴 이민할 나라를 결정할 생각이였다.

돈과 일과 바쁜 삶을 통해 행복을 찾아다니던 나는 열흘간의 입원을 계기로 돈보다 건강을, 바쁜 삶보다 여유를 더 느낄수 있는 삶으로 하나씩 바꾸어 갔다.
당연히 수입도 반으로 줄어들었디.
비행기를 탈때도 비즈니스 클라스를 당연히 생각하던 30대와는 달리 이젠 이코노미 클라스석의 티켓을 받아들어도 여행을 떠날수 있다는 것 자체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47세가 되던해에 고객사의 개발 부장에게 이번 3년짜리 프로젝트가 끝나면 당분간 쉬겠다고 말했다. 3년정도의 장기 프로젝트일 경우 프로젝트가 끝나면 새로운 프로젝트로 연결이 되는 경우가 많아서 최소한 1년전에 미리미리 다음 프로젝트는 받지않는다고 말하는게 프리렌서를 하면서 터득한 나름의 지혜이다.

그렇게 3년간의 기나긴 프로젝트가 무사히 끝나고 언제나 처럼 송별회를 열어주었다.
매번 큰 프로젝트가 끝날때마다 휴가를 얻었고 그러때마다 송별회를 받다보니 이젠 개발자 동료들 누구하나 내가 떠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다.
“이번 바캉스는 어느 나라로 갈껀데요?”
“이번 휴가는 6개월인가요?”
“혹시 1년이상 놀다 오는건 아니시죠?”
라며 부러운 듯 한마디씩 했다. 그럴때마다 난 그냥 눈웃음만 쳤다.

20년이상 나와 인연을 맺어온 고객사 개발부장은 뭔가 눈치를 챈 듯이
“모두들 모여~ 아재상 헹가레 한번 쳐주자~”라며
내 팔을 끌어 당겼다.
반쯤 술에 취한 나는 그들의 손에 몸을 맏기고 하늘로 떠오르는 무중력을 온몸으로 느꼈다.
“그래~ 이제 정말 그토록 원하던 실업자가 됐구나! 그동안 수고했다~ 아제상!” 이라고 속으로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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