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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취업 22년을 돌아보다 #19 마지막 이야기

마지막 선물

일본취업 22년을 돌아보다

기무라(木村) 대표를 포함해서 많은 사원들이 놀란 모습으로 나를 보았다.
이미 파산 신고를 앞둔 회사를 인수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 표정들이었다.

내가 일본에서 남 부럽지 않게 잘 지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우리 회사와 이 사람들 덕분이었다.
내 30대와 40대의 인생 대부분을 이 회사와 함께 살아왔기 때문에 이 회사를 떼어낸다면 내 인생의 황금기의 의미가 없어져 버리는 것과 같다.

무엇보다도 내가 설립한 회사에서 일한 사람들에게 나쁜 기억보다는 좋은 기억으로 떠나게 해주고 싶었다.
그게 창업자였던 내가 마지막으로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내게 마지막으로 이런 일을 하라고 20년동안 많은 분들이 나를 이끌어 주었고 많은 분들이 내 능력에 넘치는 대우를 해 주셨던 것 같다.

기무라(木村) 대표와 나를 알고 있는 오래 재직한 직원들은 고맙다며 몇 번이고 머리를 숙였다.
그후로 일주일 동안 나는 오랜만에 고객사를 찾아다니며 직원들의 재계약을 부탁했다.
대기업 파견의 경우 개인과의 계약이 안되는 곳도 많아서 이런 곳은 내가 아는 IT파견회사와 프리렌서 계약을 할 수 있도록 주선해주었다.

2019년 1월25일 금요일.
우리는 폐업 대신에 휴업 기념 파티를 열었다.
과자와 과일 몇개와 캔맥주뿐의 조촐한 파티였지만 우리는 밝은 모습으로 마지막 술잔을 부딪칠 수 있었다.
“乾杯(かんぱい : 건배)!”
결국 나는 회사인수와 퇴직금 지급으로 인해 내 노후를 위한 자금의 2/3를 써버렸다.

나는 삼형제 중에 맏이다.
막내가 결혼할 때 결혼 기념 선물로 내가 서울에 가지고 있던 아파트를 선물해 주었다.
그런데 둘째가 결혼할 때는 내가 일본에 온지 얼마되지않아 고생하던 시절이라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못하고 별다른 선물조차 해주지 못했다.
내 노후자금을 이렇게 써버릴 줄 알았다면 둘째에게도 아파트를 선물해 주었어야 했는데 이게 평생 아쉬움으로 남을 것 같다. 그래도 올해 대학에 들어간 둘째의 큰아들에게 삼성 노트북 하나 선물해줄 수 있었던 게 그나마 조금은 위안이 된다.

아마 신이 있다면 너무 일찍 은퇴하려는 내게
“넌 아직 일러! 좀더 일해!” 라는 뜻이 아니었을까?

또다시?

Photo by Jack Finnigan on unsplash

그렇게 회사일로 정신없이 한달을 보내고 나니 이제 내 문제를 해결해야했다.
모 보험회사의 파견회사 그룹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랜만이예요~ 회사일은 잘되고 있지요? “
그룹 매니저는 반가운 목소리로
“아~ 아제상 복귀하시는 건가요?
4월부터 5년짜리 신규개발 프로젝트가 시작하는데 고급 엔지니어가 부족해요.”

이제 더이상 개발 일을 하지 않으려고 2년을 쉬었는데 또다시 5년간 이 일을 한다면 내나이가 56살이 된다.
그때까지 꾹~ 참고 일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이왕이면 지금까지 해왔던 일과는 전혀 다른 일을 해보고 싶었다.

“5년은 너무 긴데~ 좀 짧은 거 없어요? 2년간 쉬었는데 워밍업은 해야죠.”
그러자 그룹 매니저는
“아제상에게 워밍업 따위는 필요없잖아요. 계약하는 걸로 알겠습니다.
3월달부터 출근하는 걸로 처리할께요.”
나는 갑작스런 결정에 좀 당황했다.
“자, 잠깐만요. 급하게 왜 이러시나? 3월달은 꽃가루 알러지로 내가 힘드니 그러면 4월달부터 일하는 거로 합시다.
일단 1차 개발기간이 1년이니 1차 개발만 우선 참가하는 걸로 하죠. “

그렇게 나는 다시 프리렌서로 이 지겨운 개발 일을 또다시 하게 됐다.
어쩝니까? 노후자금을 써버렸으니 메꿀 방법을 이제부터 천천히 생각해 봐야겠다.
그렇게 오늘도 나는 키보드를 두드린다.
여기 까지가 22년간의 내 일본 이야기의 끝이다.

에필로그

에필로그

“일본취업 22년을 돌아보다”를 끝까지 읽어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일본취업 22년을 돌아보다”는 일본 취업 5년째 되던 해에 한 일본 취업자 커뮤니티에 올렸던 “오늘도 키보드를 두드린다”라는 제 체험담 글이 원작입니다.
실제로 1편과 2편은 “오늘도 키보드를 두드린다”의 원본 글을 조금 수정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일본취업 22년을 돌아보다”는 원래 유튜브에 동영상으로 올렸습니다.
영상에는 마치 친구나 지인에게 과거를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만들었는데 시간이 흘러서 글로도 남기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영상과는 달리 블로그의 “일본취업 22년을 돌아보다”는 나 혼자 일기를 쓰는 독백형식으로 글을 썼기 때문에 한편의 단편 소설처럼 느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점이 영상과는 다른 “글의 묘미”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앞으로 블로그는 일본 생활관련 에피소드나 일본 취업관련 노하우를 위주로 쓸 것입니다. 그리고 그 동안 공개한 동영상 중에 호응이 좋았던 영상도 글로 블로그에 담을 예정이기도 합니다.

다가올 12월부터 유튜브 영상도 재개하게 되는데 유튜브에 올리는 영상은 블로그에도 글로 남길 예정입니다.
다만, 대본 없이 스크립트만으로 영상을 만들다 보니 영상에서 말한 내용을 블로그에 올리는 데는 3~4일정도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따라서 더 빠른 소식을 원하시는 분은 제 유튜브를 구독해주시면 행복하겠습니다.

끝까지 읽어 주셔서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글에 등장하는 고마운 분들

오오시케(大重)상, 키쿠치(菊池)상, 쿠로다(黒田)상, 사카이(酒井)상, 스즈키(鈴木)상, 하기와라(萩原)상, 후지이(藤井)상, 창업동료 A씨, 창업동료 B씨, 창업동료 C씨, I사 상무님, 지케이의과대학 담당 의사선생님, B 전직회사 담당 에이젼트님

꿈은 이루어 집니다!

This Post Has One Comment

  1. rara

    글 재주가 정말 뛰어나신것같아요! 어쩌다가 이 블로그에 들어오게됐는데 1편부터 쉬지 않고 희노애락 다 느끼면서 쭉 읽었어요. 이렇게 인생 경험담을 글로 나누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많은 위로와 영감을 받고 또 하루를 살아갑니다.

    -미국에 살고있는 30대 여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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